Duevel Sirius
콘서트홀에 온 듯한 진짜 무대가 펼쳐지다
글 이종학(Johnny Lee) 2016-04-01 |   지면 발행 ( 2016년 4월호 - 전체 보기 )




첫 음을 듣는 순간, 스피커가 아닌, 그 주변까지 포함한 엄청난 사이즈의 무대가 눈앞에 확 펼쳐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힘 있게 이쪽으로 밀려온다. 그 기세가 무슨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듯하다. 그러나 주의 깊게 들어보면 오케스트라와 세 개의 솔로 악기가 정확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본 기를 소개하기에 앞서, 흔히 무지향성이라 부르는 개념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영어로는 ‘Omnidirectional’이라고 쓰는데, 실은 전방위 스피커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무(無)와 전(全)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통상의 스피커들이 앞으로 음을 내는 반면, 전방위 스피커들은 스피커 주변 360˚모든 방향으로 음을 낸다.
이런 전방위 스피커는 일반적인 공연장의 음향 환경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서비스 에어리어가 비교적 넓다. 하긴 콘서트에 가면 극단적으로 구석에 쏠린 자리가 아니면, 대부분 만족하며 음을 듣는다.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앉아서 듣다가 누워서 들어도 되고, 또 잠깐 옆자리로 이동해도 된다.
마커스 듀에벨(Markus Duevel)이라는 디자이너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듀에벨의 제품들이 그런 콘셉트로 만들어지고 있다. 한데 특징이 있다면, 여기에 혼의 이론을 더해, 혼 & 전방위 타입의 행복한 만남을 구현하고 있다. 그 최초의 시도가 1997년이니, 약 20년 전에 이미 특출한 완성도를 이룩한 것이다.
시리우스라 명명된 본 기는, 듀에벨의 플래그십에 속하는 모델이다. 본 기의 외관을 보면 통상의 스피커와는 판이한 형상에 자칫 놀랄 수도 있겠다. 상부에 두 개의 혼을 마주보는 형상으로 떡하니 설치해놨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콘셉트의 제품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나 역시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면, 상부 박스에 트위터가 담겨져 있어서, 그 음이 혼을 타고 나와, 이와 마주보는 혼과 부딪혀서 전 방향으로 확산되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우 퍼로 말하면, 그 자체는 천장을 향해 있는 바(우퍼가 천장을 향하다니!), 혼의 형상을 따라 올라가서 이 역시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고 있다. 즉, 트위터와 미드·베이스가 자연스럽게 360도 전 방향으로 음이 발산되면서, 독특한 음향 구조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트위터를 보면, 13.1cm 구경으로, 나이트라이트-티타늄(Nitride-Titanium) 계열의 복합 물질을 진동판으로 채용했다. 이와 커플링되는 미드·베이스는 31.5cm 구경인데, DDR이라는 것으로 변조 및 고조파 왜곡을 저감시키고 있다. 여기서 DDR은 ‘Double Demodulating Rings’의 약자인데, 상당히 복잡한 소재가 채용되었다고 짐작이 된다.
단, 전 방향이면서 또한 혼 타입이기 때문에, 93dB에 이르는 감도는 매우 감동적이다. 메이커에서는 5W의 출력으로도 넉넉히 구동된다고 자랑한다. 아마도 300B나 211과 같은 3극관 싱글 앰프를 선호하는 분들에겐 낭보나 다름없지 않을까 싶다. 반면 무려 400W에 이르는 높은 출력을 걸어도 끄떡없다고 하니, 드라이버의 내구성은 보장해도 좋을 듯싶다.
사실 많은 스피커 회사들이 실황 음악의 감동을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지만, 정작 콘서트홀 자체의 음향 공간을 재현하는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한 번 생각해보자. 바이올린을 켠다고 하면, 그게 오로지 청취자의 귀를 향해서만 음이 나오는가? 피아노는 어떤가? 관악이나 목관조차 상당히 넓은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전방위 스피커가 갖는 강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실제로 음을 들어보면 라이브를 듣는 듯한 느낌인데, 그렇다고 표현이 애매하거나 포커싱이 흐트러진 부분이 없으므로, 이 또한 신기하기만 하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버메스터의 911 MK3 파워 앰프에 에소테릭의 그란디오소 C1 프리앰프 등을 투입했다. 첫 곡은 요요마, 무터 등이 함께 한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 첫 음을 듣는 순간, 스피커가 아닌, 그 주변까지 포함한 엄청난 사이즈의 무대가 눈앞에 확 펼쳐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힘 있게 이쪽으로 밀려온다. 그 기세가 무슨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듯하다. 그러나 주의 깊게 들어보면 오케스트라와 세 개의 솔로 악기가 정확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마구 음만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위감 또한 적절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잠시 당황이 된다.
이어서 뒤메이 & 피레스 콤비의 프랑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를 들어본다. 피아노가 주변을 에워싼 가운데, 바이올린이 차분하게 음상을 풀어가고 있다. 음 하나하나의 존재감이 빼어나, 가슴 깊이 각인이 된다. 듣다보면 매우 고급스럽고, 사실적이며, 설득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리저리 자리를 움직여도 전체적인 음장이 별로 흐트러지지 않는다. 아, 거의 콘서트홀에 온 듯하다!


마 지막으로 마틴 그루빙거의 <Introitus…>를 들어본다. 강력한 여러 퍼커션의 등장. 북의 사이즈와 에너지, 그리고 진동이 매우 사실적이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질 듯한 위험스런 분위기다. 그러다 중간에 홀연히 코러스군이 등장한다. 보컬과 퍼커션 사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따로 노는 것 같으면서 또 조화롭다. 일체 애매모호한 부분이 없으면서, 라이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와 기세도 갖추고 있다. 정말 특별한 스피커가 나타난 것이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3,800만원  
사용유닛 우퍼 31.5cm(보이스코일 10cm), 트위터 13.1cm(보이스코일 7.5cm)
재생주파수대역 30Hz-23kHz(±3dB)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93dB
파워 핸들링 400W   크기(WHD) 36×140×36cm   무게 7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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